대상에 대한 텍스트를 읽을 때 우리는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부분만을 포착하여 글의 내용을 이해하고 삼킨다. 텍스트를 대체하는 수많은 이미지들이 쏟아지는 오늘 날 대상에 대한 핵심은 초단위로 변화하고 있다. 여기서 우리는 정보들을 선택하고 버리며, 이 과정에서 묶을 수 있는 것들이 하나의 틀을 그리고 나면 그 외의 것들은 잔해로 떨어져 나온다.
하지만 본질이라는 대상으로부터 나온 것들은 결국 그 대상의 일부로서 읽힐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기 때문에 이 잔해와 대상의 형성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. 그래서 그것들이 합쳐졌을 때 이뤄내는 것은 결국 대상의 형성이라 할 수도 있다. 즉, 대상으로부터 떨어진 것들이 합쳐지고 잔해로 남기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우리가 읽는 정보들이 생산되고 있다.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《도마뱀 비늘 조각》은 대상의 본질이라 부르는 것이 여러차례 벗겨진 껍질들의 축적일지도 모른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.
이 전시장 속 작품들은 본질과 허물이 느슨해진 자리에 위치하며 대상의 허물과 그 허물이 다시 대상에게 먹히는 궤적을 그려낸다. 관람자들은 이 작품들 사이를 유영하며 대상이 작가의 시선으로 재구성되는 세계를 마주하게 된다. 이 과정에서 파편화된 정보들을 선별하고 소거해 온 각자의 지각적 알고리즘을 직시하고 감각 체계를 재인식하는 경험하게 될 것이다.
이런 본질과 허물이 서로를 먹고 먹히며 발현되는 이 순환은 동시대 감각 체계 속 깊이 자리잡아가고 있다. 이 순환이 때로는 불안정한 감정을 불러내지만, 동시에 익숙하기에 긍정 또는 부정의 언어로 환원할 수 없다. 본 전시는 순환의 평가보다는 전의식적 층위에 머물러 있는 지각의 흐름을 드러내고자 한다. 본 전시는 급속한 도시 변화 속에서도 1974년부터 주택의 원형을 간직한 채 수많은 삶의 궤적을 묵묵히 축적해온 전시공간 ‘방도’에서 진행된다. 전시장 주변의 재개발 풍경을 지역이 스스로의 외피를 바꿔나가는 탈각의 과정으로 바라보며, 그 급격한 변형의 흐름 속에서 오히려 변형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공간의 의미를 따라가고자 한다. 관람자들은 본질과 허물의 경계가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순간들을 따라가며, 각자의 방식으로 대상의 태동이 남기는 궤적을 추적해 보기를 바란다.